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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배우자.

'반도체 Chip 4 동맹'의 진정한 의미

by 로칸 2022. 8. 9.

'Chip 4 동맹' 에 대한 우리나라 선택의 기로

출처 : 토리잘 유튜버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Chip 4 동맹 참여 여부를 두고 우리나라의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졌다. 칩 4 동맹에 가입할 경우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고 반대로 미가입 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된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손목을 자를지, 발목을 자를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이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반도체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대국이자 무역대국이지만 10 나노 이하의 미세공정 반도체는 손도 못 대는 반도체 약소국이다. 하지만 반면 미국은 반도체 강국이다.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권, 로직, 아날로그, 제조장비 등 대부분의 반도체 핵심 기술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 중이고 사실상 반도체 종주국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top 10 기업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의 미디어텍, 일본의 키옥 시아를 제외하곤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순위를 차지하고 있고 4차 산업 혁명 시대로 전환기를 맞아 현재 G1, G2 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에 딱 좋은 산업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반도체 기술, 장비, 소재 생산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일본, 한국, 대만 4개국에 반도체 동맹 이른바 'Chip 4 동맹'을 제안하고 한국에는 8월까지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Chip 4 동맹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73%, 파운드리의 87%, 설계 및 생산이 91%를 장악하는 것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봉쇄할 수 있는 이른바 '반도체 NATO'가 아시아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Chip4에 가입할 경우 한국이 치러야 하는 대가 역시 만만치 않다. 동맹 가입 시 중국 등 우려 국가 (country of concern)에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 관련 투자나 공장 증설 등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 이 포함되어 있어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및 생산이 어려워지게 된다. 가드레일 조항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상당히 곤란할 수밖에 있다. Chip4 참여가 비단 대비 문제가 아니라 대중 문제까지 확산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의 6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으로 들어가는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를 완전히 규제한다면 중국의 산업은 무너뜨릴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나라 경제 역시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결국 이번 동맹 제안은 한국에게 천군만마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대신 칼을 던져 놓고 손목을 자를지, 발목을 자를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진짜 속셈 

결국 지금으로서는 중국의 Chip 4 동맹 가입에 대한 보복협박보다는 미국의 속셈을 더 잘 봐야 한다. 사실상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이 한국, 대만, 일본의 반도체 생산국과 Chip 4 동맹을 맺으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본질적인 이유부터 파악을 해야 한다. 사실 이 같은 이유는 비정상적인 미국의 반도체 체인에 있다. 미국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 전 분야에서 주도권을 쥔 국가였다. 하지만 제조업의 아웃소싱 열풍이 불면서 인건비가 낮은 아시아 지역으로 생산 기반이 옮겨졌고 반도체 설계는 미국의 팹리스가 하고 제조는 아시아의 파운드리가 하는 분업 체제가 굳어지게 되었다. 설계와 생산을 한꺼번에 하는 종합 반도체의 기업의 영역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 기업에 밀리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크게 위축이 된다. 1990년 유렵 44%에 이어 37% 로 2위였던 생산 점유율 순위는 2020년 12%로 대만, 한국, 중국, 일본 에 밀려 5위로 처지게 된다. 수요가 폭증해도 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실 게로 TSMC와 삼성전자는 현재 3 나노 공정으로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미국의 인텔은 10 나노에 머물려 있다. 2024년 2 나노급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TSMC와 삼성전자는 이미 최초 3 나노 양산을 두고 경쟁 중에 있다. 인텔로서는 4년 안에 두 단계 이상 격차를 뛰어넘어야 비로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반도체가 초미세 공정의 생산 위주의 산업으로 재편되며 미국이 단시간 내에 완전한 반도체 공급만을 재구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수천억 달러를 들여도 공급망은 여전히 불완전할 것이다. 결국 대만, 한국, 일본을 역내에 끌여들이지 않고선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중국 견제는 어려운 것이다. 특히 미국의 조바심을 자극한 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로 올해만 1250억 달러를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 가 초미세 공정 문턱으로 평가받는 7 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한 것이 최근 알려졌다. 대만 TSMC가 지난 20124년 개발한 7 나노 공정 제품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과 중국 투자 방지가 정작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MIC가 미국 제재를 뚫고 EUV 장비를 몰래 확보했거나 SMIC로 대거 이직한 TSMC 간부급 임원들이 TSMC의 7 나노 공정 설계를 기대로 사용하는 등 결국 미국도 강력한 제재에도 중국 반도체 기술의 발전을 원칙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종국적으로 미국 혼자 대중국 반도체를 제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반도체의 공급망도 쥐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연계해야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자,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물고기와 곰발바닥은 동시에 가질수는 없다.'

맹자 고자 상편에 보면 맹자는 '물고기와 곰발바닥은 동시에 가질 수가 없다'는 어록이 있다. 둘 다 가질 수 없다면 물고기를 버리고 비싼 곰발바닥을 선택하라는 말인 것이다. 

곰발바닥이 과연 미국 일지 중국 일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물고기는 잡기 쉽지만 곰발바닥을 얻을 려면 큰 용기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이러한 점으로 미뤄볼 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택은 우리나라의 Chip 4 동맹 가입 쪽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 수출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반면 대부분의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 지금 당장은 곰발바닥이 미국인 것이다. 하지만 진정 현명한 선택은 물고기와 곰발바닥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지혜로운 결단을 하는 것이다. 한국은 미중의 보복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물고기를 미끼로 좋아하는 곰을 잡아 곰발바닥 요리를 즐기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그간 미국은 반도체 설계, 장비에서 많은 돈을 벌어 왔다. 하지만 파운드리가 고 기술화되고 부가 가치가 커지며 이제는 생산까지 탐내고 있다. 최근 한국의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향후 20년간 1921억 달러의 투자 계획서를 제출하였다. 삼성은 오스틴에 2개, 테일 러시에 9개 등 총 11개 공장을 더 짓겠다고 신청했다. 삼성의 증설로 미국은 그토록 원하는 최첨단 5 나노 이하 제품 생산을 내재화시킬 수 있게 되고 반면 삼성은 미국이란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함과 동시에 한국이 초격차 신기술을 개발할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의 무리한 반도체 기술이전 요구 같은 것도 Chip4 동맹은 이를 거절할 수 있는 방패가 될 수도 있다. Chip 4 가입 역시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게 찾아온 '일거양득'의 기회

자 그렇다면 Chip4 가입으로 다소 껄끄러워지는 중국 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이 문제는 의외로 미국 기업들이 스스로 해결해 줄 가능성이 가장 크다. Chip4 동맹 가입으로 대중국 수출 감소 문제가 더 절박한 쪽은 사실 한국보다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다. 중국은 석유보다 반도체를 더 많이 수입한다. 연간 반도체 수입 규모가 3500억 달러로 전 세계 반도체의 80%를 독자적으로 수입하고 있고 사실상 반도체 기업들의 돈줄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반도체 기업들은 2021년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해 2019년 코로나 이전 상태에 비해 73%나 증가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였다. 하지만 대중국 수출을 제한한다면 장기적으로 대규모 공급과잉상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런 시장 리스크를 감내하기는 어렵다. Chip 4 동맹은 반대로 미국 반도체 업체와 장비업체들에게 시장을 버리고 돈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은 격이기에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논리로 시장을 왜곡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올 수밖에 없다. 대중국 제재는 전 세계적인 세트 제품의 공급 부족이 나타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공급과잉과 단가 하락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자본 시장이 발전된 미국에서 특히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무리한 액션을 막아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한국의 선택은 정부 차원의 Chip 4 동맹은 가입을 하되 이후 중국과의 관계의 액션은 미국 기업들의 자본 논리가 일정 수준 방어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의 Chip4를 통한 중국 봉쇄 전략은 신의 한 수로 보이지만 미국은 정부가 기업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고 시장 논리를 거스러는 강력한 대 중국 봉쇄 전략은 결국 미국 스스로도 손 모과  발목 중 어느 하나를 잘라내는 등가교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금번 한국의 Chip4 동맹은 한국이 물고기와 곰발바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으며 미국이라는 안정적인 연합을 확보와 동시에 중국으로부터 무리한 기술 이전을 거부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Summary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고 이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여 반도체를 무기로 삼고 무역에서 기술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TPP), 쿼드(Quad), 경제 변영 네트워크(EPN),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반도체 4개국 동맹(CHIP4)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대중국 봉쇄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최대 약점인 반도체를 통해 G1 패권에서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 물론 중국의 낮은 반도체 기술력을 감안하면 미국의 Chip4 동맹을 단순히 중국 봉쇄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 

Chip4 동맹과 52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지원제도를 통해 미국 내 최첨단 5 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 내재화에 뜻 역시 담겨 있다. Chip4 동맹은 대 중국 견제와 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을 확보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인 것이다. 물론 Chip4 동맹을 통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도체 생산망을 확보한다는 명분이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반도체를 막겠다는 것은 또 한 번의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도 공급망 혼란으로 겪었던 인플레이션 사태를 또다시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물가 안정을 위해 빅 스텝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의 정책에 오히려 참 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 있다. 결국 미국도 Chip4 동맹 조항에 중국을 배제하는 듯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미국 스스로도 중국을 강력하게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한국 역시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을 잃을 정도의 큰 피해는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강력한 힘을 얻고 있다. 손목과 발목 중 어느 하나를 잘라 내는 것이 아닌 곰발바닥과 물고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얻을지 고민하는 선택이 될 것이다. 미국의 Chip4 동맹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인 동맹과 연합으로 날아오르길 바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국위선양을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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