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2009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후>
아마 내가 부당한 점수때문에 흔들려서 스케이팅을 망쳤다면
그것이야말로 나 스스로 지는 결과가 아니었을까.
나에게 닥친 시련을 내가 극복하지 못했다면,
결국 내가 패배하기를 바라는
어떤 힘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지지 않았다.
시상대 위에서 바라본 두 일장기 사이에 높이 떠 있는 태극기.
그런 순간들을 이겨냈기에 이 자리,
이번 금메달이 더욱 갚지게 여겨졌다.
앞으로 또 닥칠지 모르는 일들이지만
큰 두려움은 없다.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어왔고 우습지만
이젠 너무 익숙해서 무덤덤한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가 아무리 나를 흔들어댄다 해도
난 머리카락 한올도 흔들리지 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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