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기복이 심한 날, 잠부족을 의심해야 한다.

당신의 꿀잠을 기원하며 

우리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 바로 잠입니다. 사람은 일생의 3분의 1을 수면을 하면서 보내게 된다. 우리가 당장 며칠만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여도 기억력, 주의집중력 등 인지기능의 손상이 나타나며, 기분 변동성이 커지는 등 감정 조절의 이상이 생긴다. 또한 피로, 식욕 변화, 체온저하, 피부장애 등 신체적 이상을 일으키게 된다. 반면 우리는 숙면을 취하게 되면 다음날 상쾌하고 활력 있게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Sleep  수면은 왜 필요할까?

그렇다면 우리에게 수면은 왜 필요하고, 자는 동안 우리의 몸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면의 생물학적 역할에 대해서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자는 동안 근육이 이완되며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없애고 신체를 회복하게 된다. 이 외에도 수면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거나 집중도를 유지하는 인지기능과 감정을 회복하고 조절하는 등 정신건강에도 관여를 한다.

수면의 역할 - 기억저장

 우리는 낮동안 생활 하면서 여러 정보를 학습하게 되고, 이를 뇌의 특정 장소나 세포 내에 흔적처럼 남겨놓게 된다. 하루 동안 학습한 모든 정보를 뇌에 장기 기억으로 저장할 수는 없다. 무작위로 들어온 많은 정보 등 불필요한 정보는 제거하고 필요한 정보는 뇌의 신경세포들이 맞닿아 있는 시냅스라는 부위를 강화시켜 장기기억으로 저장을 한다. 이런 정보처리 과정은 수면을 하는 동안에 활발히 일어나게 된다.

수면의 구조를 살펴보면, 수면 중 안구 운동에 따라 비렘(NREM, Non Rapid Eye Movement) 수면과 렘(REM) 수면으로 나눈다. 우리는 자는 동안 주기적으로 렘수면과 비렘수면 상태를 오가게 된다. 수면 초반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렘수면 동안에는 뇌의 신경 활성을 낮춰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비렘 수면 동안 제거되지 않고 살아남은 정보 들우 중요한 정보로 인식된다. 렘수면  동안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여러 단백질을 활발하게 만들어 중요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하루 네 시간만 자면 성공하고, 다섯 시간 이상자면 실패한다는 '사당오락', 적게 자는 것을 강조하는 나폴레옹 수면법 이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인 시간만을 중요시한 것이며, 자는 동안 뇌에서 중요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을 간과한 방법이다. 밤 동안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거나 수면 중 자주 방해를 받는다면 학습이나  업무능력의 저하를 가져오고, 나아가서는 인지기능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양질의 수면이 기억 저장 능력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최근 업무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거나, 학습능력 향상을 고민 중인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밤 시간만큼은 잠에 충분히 양보하기를 권한다.

수면의 역할 - 감정조절

또 한가지 수면의 중요한 기능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잠을 푹 자고 다음날 감정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수면이 부족한 경우에는 평상시보다 예민해지거나 혹은 주변 상황에 둔감해지는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수면을 취할 경우와 수면이 부족한 경우 각각에 긍정적, 부정적 및 중립적인 이미지의 사진을 보여주고 참가자들의 반응을 뇌파로 축정 한 연구에서 수면이 부족한 참가자들 경우 모든 이미지에서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자극에 반응하는 능력  또한 감소했다. 이처럼 수면이 부족할 경우 적절한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보였다.

수면이 어떻게 감정을 조절하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은 모르지만 불쾌하고 불안한 감정들이 자는 동안 꿈을 통해 정화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간혹 꿈을 꾸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일 뿐 모든 사람들은 매일 꿈을 꾼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모든 꿈은 그 자체로 억눌려 있던 억압을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낮동안 우리는 무의식적인 소망이나 충동을 억압하고 지내게 된다. 수면 동안 우리는 무의식으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억압이 느슨해지면서 꿈속에서 소망을 충족시키기도 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잠이 우리에게 여러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걸 살펴보았다. 달라이라마는 잠이 최고의 명상이라고 했다. 나의 신체 회복, 감정의 정화 그리고 오늘 하루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잠을 소중히 다루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