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킹 달러에 속수무책!
환율 그래프를 보면 그 끝을 예상하기 힘들다. 강달러가 유지되고 있다.
유럽은 1년 간 10배 오른 천연가스 때문에 두 자릿수 물가를 보았고 바로 경기침체를 염려하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잃어버린 30년', 한국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중고로 허덕이고 있다.
이번 주도 미국의 독야청청을 관전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22일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올 들어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26일(현지시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잭슨홀 미팅'이 예정되어 있다.
노동시장은 강력하다는 게 입증됐고 물가는 꼭지를 찍은 듯 하니 또다시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
9월 FOMC에서 75bp(1bp=0.01% 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 강달러는 더욱 확고해진다.
이 와중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에 가서 "위안화로 사우디산 원유를 결제하겠다"라고 합의하면 외환시장은 요동칠 수 있다.
'킹 달러'에 미·중 갈등은 없다
중국은 '청개구리 3 총사' 중 하나다. 긴축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주요 20개국(G20) 중 러시아 터키와 함께 거꾸로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다.
중국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LPR)를 지난해 말부터 인하하고 있다. 내수 경기를 살리고 수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이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1월에 1년 만기 LPR을 내렸다. 5월엔 5년 만기 LPR만 떨어뜨렸다. 이날도 1년 만기 LPR을 3.70%에서 3.65%로 0.05% 포인트 인하했다. 5년 만기 LPR도 4.45%에서 4.30%로 내렸다. 1년 만기 LPR은 일반대출의 기준금리가 되고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중국이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기 때문이다. 7월 소매판매가 예상치인 5%에 못 미치는 2.7% 증가에 그쳤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전 달보다 내려다.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중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 가치는 올라간다.
유럽이 '달러 스마일'의 일등공신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는 달러 인덱스이다. 주요 6개국의 통화 가치와 달러 가치를 비교 산출한 값이다. 1973년 3월의 달러 가치를 100으로 해서 정하는데 유로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달러 인덱스의 반영 비율이 유로화가 57.6%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엔화(13.6%)와 영국 파운드화(11.9%) 등의 순이다. 유럽과 일본, 영국 모두 하나같이 미국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달러 독주 시대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유럽 상황이 좋지 않다. 영국이 지난달 인플레이션율이 10.1%라고 발표한 데 이어 독일도 뒤따라갈 것이라고 인정했다. 경기침체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돈 풀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이 크지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해 유럽의 두 맹주 국가가 똑같이 큰 피해를 입는 형국이다.
'천연가스 쇼크'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년 간 가스 가격이 10배나 올라 같은 기간 독일 전기요금은 최대 7배나 올랐다고 한다. 독일 기업이 공급받는 전력 가격은 올 들어 37.2% 올랐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업체 가스프롬은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독일과 이어진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 1을 폐쇄한다. 그 이후엔 공급 능력(1억 6700만㎥)의 20% 수준만 공급하기로 했다.
1년 만에 '매'로 돌변한 파월
25~27일 잭슨홀 미팅이 예정되어 있다. 정식 행사명은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이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로 주제는 '경제와 정책에 대한 제약조건 재평가'(Reassessing Constraints on the Economy and Policy)이다. 여러 사람들이 각국의 경제 상황과 인플레이션 대응 공조에 대해 말하겠지만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역시 파월 의장이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잭슨홀에서 중요 발언을 했다. 온라인으로 열렸던 2020년엔 평균 물가목표제 도입을 처음 소개했다. Fed 목표치인 2%대 물가를 한 두 번 넘더라도 용인하고 평균 2%만 유지시키겠다는 게 골자였다. 역시나 화상 연설로 대체한 지난해엔 예상대로 "테이퍼링을 연내 실시하겠다"라고 선언했다. 파월이 '슈퍼 비둘기'로 통하던 시절, 지극히 비둘기적 발언이었다.
올해엔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Fed 인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더 사그라들면 긴축 숙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미국의 GDP 실시간 집계 시스템인 GDP나우는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을 1.6%로 예상하고 있다. 10월 말에 나오는 미국의 3분기 GDP가 플러스로 전환하면 미국이 1·2분기에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될지 모른다. 그러면 Fed는 인플레이션을 Fed 목표치인 2%로 떨어뜨리기 위해 긴축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달러 가치는 더 올라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400원대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월 의장은 이번에도 금리인상의 당위성과 인상 속도 조절론을 동시에 거론할 공산이 크다. 복합적인 발언을 통해 향후에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러면서 "들어오는 데이터에 따라 결정하겠다"라고 뻔한 결론을 맺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9월 FOMC까지 아직 8월 고용보고서와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라는 핵심 지표 발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총재의 입도 주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잭슨홀 회의에서 마지막 세션 발표자로 나선다. 잭슨홀 회의의 세션 발표자로 나선 한은 총재는 이 총재가 처음이다.
잭슨홀 회의 참석 전에 금통위를 주재한다. 현재로선 한국 금통위는 25bp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금리인상 전망과 환율 대응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 지에 관심이 간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강달러는 세계적 현상이어서 외환시장의 인위적 개입은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원·달러 환율이 1330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다시 한번 그런 입장을 강조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변수는 시진핑 주석의 사우디 방문 가능성이다. 영국 가디언지가 지난 10일에 "다음 주(15~20일)에 시 주석에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난다"라고 보도했으나 날짜는 틀렸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여전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어 이번 주에 전격적으로 사우디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이미 다음 달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 시 주석의 광폭 행보가 예상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시 주석은 미국에 대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때문에 친 중국 동맹을 넓히기 위해 2020년 1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대외 활동을 본격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시주석의 첫째 해외 방문 장소가 사우디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홀대를 당한 사우디에서 환대를 받는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 방을 먹이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사우디 왕정의 역점 사업인 네옴 시티 건설에 중국이 적극 지원하는 대가로 사우디 원유 수입 시 위안화 결제를 얻어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단기적으로 위안화 가치 상승, 달러 가치 하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 원유시장과 증시에서 리스크가 커져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는 다른 방향으로 틀 수도 있다.
요컨대 이번 주는 유럽의 고물가와 경기침체 우려, 일본과 중국의 완화적 정책을 재확인하는 시기이다. 여기에 잭슨홀에서 파월의 매파적 발언이 나온다면 달러 가치는 더 강해질 수 있다.
'달러에 투자해야 하나' 생각해보지만 "이미 끝물"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래도 미국 주식 투자로 달러 투자를 대신한 게 다행일 수 있다.
여러 변수 속에 달러만큼 오르지 않고 있는 미국 증시. '달러 스마일'처럼 '미주(미국 주식) 스마일' 이론도 통용될 때가 오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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