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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배우자.

환율이 1500원이 되면 우리나라 경제에 벌어질 일

by 로칸 2022. 10. 7.

급격하게 오르는 환율, 그 원인

19세기 말 오스트리아인 에른스트 폰 헤세 바르텍은 조선을 여행한 뒤 쓴 <<조선, 1894년 여름>>에서 당시 사회경제상을 이렇게 남겼다. 엽전 6000개 가치가 겨우 1달러 조선 말기의 경제가 엉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오늘날 원화의 가치는 120여 년 전 엽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력을 과시하게 되었고 글로벌 경제 체제에 깊숙이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환율은 세계 10위 한국의 경제력을 무색하게 만든다. 2022년 1월 3일 1191.8원이었던 환율은 약 9개월 만에 1430원으로 가파른 속도로 폭등하였다. 1200원에서 1300원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5개월, 1400원에는 불과 2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원ㆍ달러 환율 1400원은 금융시장 불안정성의 신호탄을 알리는 마지노선으로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대 두 차례에 불과하다. 급격하게 오르는 환율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자산시장 악화의 우려를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각 주요 국의 화폐 가치 변화는 글로벌 자산시장 악화를 방증하고 있다. 원화 -15.7%, 유로화  -13.2%, 엔화 -20.7%, 위안화 -10.3%, 파운드화 -16.7% 등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유럽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겹쳐지면서 주요국 화폐가치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이어 고환율까지 연이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 자국 경기 침체 우려 등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전망은 환율이 1500원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럽 에너지 위기 악화,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 등 대내외 악재가 심화될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 목전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97년 IMF 사태를 겪었던 우리나라에게 환율의 이 같은 급격한 상승은 다시금 IMF 당시의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자 그렇다면 만약 실제 환율이 1500원으로 올라가게 된다면 한국 경제는 대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환율과 무역수지의 관계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환율이 1500원으로 오르게 될 경우 환율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오늘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환율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깔고 가자. 환율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 나라 돈과 다른 나라 돈의 교환 비율'이다. 1달러를 얻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우리나라 돈의 양이므로 일종의 교환비율이다. 예를 들어 1달러 환율이 1000원 미국 사과 한 개의 가격이 1달러라면 3000원으로 사과 2개를 산다. 하지만 1500원으로 환율이 오르게 되면 살수 있는 사과는 2개로 줄게 된다. 반면 동일한 상황에 수출 업자 입장에서 사과 3개를 수출했을 때 받는 돈은 3000원에서 4500원으로 늘게 된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은 늘고 수입은 감소하여 경상수시가 개선된다는 것은  학교나 강의에서 표면적으로 배워왔을 것이다. 방금 설명드린 사과 이야기가 기본적인 환율과 무역수지의 관계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이야기에는 2가지 함정이 존재한다. 

첫 번째, 인플레이션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은 양날의 검이다.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걸어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물가 상승으로 인한 우려 역시 존재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소비재 가격이 오르며 수입 원자재를 재료로 한 국산 소비재 가격도 시차를 두고 상승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매크로 경제는 고환율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가속화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2~3% 수준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22년 들어 6~8%까지 증가하며 유래 없는 물가 상승을 형성하고 있다. 자국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은 강달러를 형성하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비정상적인 경제상황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양적완화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선행된 상황에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은 오히려 한국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두 번째,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작아졌다는 것이다. 환율 변동은 경제에 다양하고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율 상승은 원론적으로는 수출을 늘리는 요인이다. 달러로 표시된 수출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작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에서 환율을 비롯한 금융요인의 기여도는 2000년대 초반 국내총생산(GDP) 대비 1%가 넘었으나 2010년 이후엔 거의 0%에 수렴하고 있다. 환율과 수출의 상관관계가 약해진 것은 글로벌 밸류 체인의 영향 때문이다. 환율이 올라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더라도 수입 원자재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 그 효과는 상쇄되기 때문이다. 즉, 환율이 올라 수출경쟁력 증가로 경상수지 개선 및 흑자의 시나리오는 복합적인 경제상황을 고려 사지 않은 것이며 현재의 고환율 상황은 인플레이션, 긴축 등 경제 불황에 상당한 악재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이 1500원이 되면 우리나라 경제에 벌어질 일

우선 가장 먼저 발생할 현상은 제조, 건설업으로 시작되는 불황 도미노 현상입니다. 우리나라의 업종별 GDP 비중은 제조 27%, 건설ㆍ부동산 11.8%로 건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외화부채 부담이 많은 사업에 치중되어 있다. 현재의 고환율은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건설업은 수주 사업 특성상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프로젝트파이내싱(PF) 대출 등을 통해 먼저 조달하고 사업을 마친 후 수주금을 받는 구조이다.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구조이다. 불행하게도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전반적인 사업비 조달 비용이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고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위축에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며 재무위험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철강 역시 환율이 오를수록 재무 상황이 악화되는 산업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철광석 등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 따라서 원ㆍ달러 환율이 높을수록 원료 구매 가격이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진다. 게다가 포스코, 현대제철을 제외한 일반 제철소 기업들 원ㆍ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외화현금유출이 제품 수출로 들어오는 외화현금유입보다 더 많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높아지는 환율이 이를 반길 수 없는 것이다. 철강업계 특성상 이러한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폭등하는 환율 속 파생상품은 더욱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다. 환헷지용 파생금융상품은 환율 변동폭이 예상 범주를 크게 넘어설 경우엔 더 큰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상당수 철강 기업들이 가입했다 대규모 손실을 본 '키코(Knock In Knock Out)'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환율이 1500원을 넘을 경우 철강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하는 도미노 현상이 우려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기업들은 늘어난 외화부채부담 및 스태그플레이션을 대응하기 위해 현금, 현금성 자산을 비축하고 각종 인프라 투자 및 채용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한국 GDP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내수시장 약세 및 전반적인 실물경제 역성장으로 이어지며 고환율 속 기업뿐만 아니라 실질 경제 역시 불황이 찾아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라는 잠재적 폭탄을 가진 한국에게 고환율은 더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실질 가계부채는 2713조 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GDP대비 130% 수준, OECD 평균의 6배이다.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부담을 가중시키는 독과도 같다. 하지만 세계적인 강달러 상황에서 원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한 정책 수단은 현재 금리 인상 이외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 한ㆍ미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외국자본의 해외유출로 원화 약세와 외환보유고 감소 다시 고금리와 고물가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무한 반복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21년 10월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94.3억 달러가 감소하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17.5억 달러 이후 13년만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상수지가 국제유가 급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증가하며 감소했고 경상수지 흑자폭은 매달 큰 폭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 수출 감축 및 글로벌 경기침체로 하락폭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무역시장 역시 환율 리스크를 헷지 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가계부채가 장점으로 향하고 있는 한국에게 고환율은 가계안정까지 무너뜨릴 최악의 상황이며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은 환율의 고공행진으로 다시 한번 외환위기와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올지 모르는 진퇴양난에 놓여 있다. 즉, IMF와 금융위기의 신호탄이었던 1400원에서 환율 방어를 적극 나서야 하며 1500원을 도달의 의미는 과거 IMF 시절처럼 1600원, 2000원의 기하급수적 상승의 예고이며 건설, 철강 등 기업의 침체와 실질 경제 다운스 톰의 재앙을 알리는 것이다.

Summary

환율은 우리나라 경제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 수출ㆍ수입의 경상수지, 흑자여부를 떠나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인한 내수경제 침체 및 탈원화를 막기 위한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 부담 등 여러 경제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있다. 즉, 환율의 상승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환율을 리스크 없이 헷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원ㆍ달러 스와프이지만 물가 상승률 8%를 내달리고 있는 미국의 코가 석자인 와중에 한ㆍ미 스와프의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 전체적인 자산 가격의 불안정 세와 변동성은 커질 것이고 앞으로 변할 환율에 조금 더 관심 깊게 지켜보며 대응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매크로적 불안정성으로 고환율 시대에 다다른 지금 각 정부 기관과 국민 여러분들의 현명한 대처로 우리나라 경제를 잘 지켜내길 기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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