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사상 최초로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개최됐다. 이례적인 기록들과 제한 사항들이 많은 카타르 월드컵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카타르의 역사, 정치 체제, 경제, 문화, 외교에 대해서 알아보자.
카타르 역사
카타르는 과거 어업과 진주 산업을 통해 먹고사는 가난한 국가였다. 1916년 오스만 터키 세력이 물러나자 영국과 카타르는 보호조약을 체결하여 영국 보호령이 되었고 영국이 걸프만에서 철수함에 따라 1971년 카타르는 독립선언을 하였다. 당초 카타르는 인접 국가인 바레인과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 7개 에미리트를 포함한 9개의 연합국에 동참하기로 하였으나 국가 구성에 대한 의견 차이로 별도의 독립 국가로 건국된다.
카타르 개관
카타르는 아랍어를 공식언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국가이다. 카타르는 아랍어로 물방울을 뜻하는데 카타르는 물방울 모양의 영토를 가진 경기도 면적의 작은 국가이다. 영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며 경작 가능한 농경지가 영토의 1%에 불과하여 식량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카타르의 인구는 2022년 1월 기준 279만 명이며 자국민의 비율은 약 12%에 불과한 약 34만 명 수준이다. 카타르는 수도 도하에 인구의 약 85%가 거주할 정도로 영토의 집약적 활용을 하고 있는 편이다.
카타르 경제
카타르의 가난한 역사는 1935년 석유 개발을 착수한 이래 1940년 두칸 지역에서 최초로 석유가 발견되며 전환점을 맞게 된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통해 카타르는 급속한 경제 발전을 구가하였고 에너지 자원이 카타르 GDP의 약 29%, 수출의 85% 재정수입의 79%를 차지하는 에너지 의존형 경제구조이다.
카타르 1인당 GDP
카타르의 국민총소득은 역내 최고 수준이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쟁쟁한 국가들을 제치고 중동 내 1인당 국민총소득 1위이며 중동을 넘어 세계에서 내로라할 수준이다.
카타르 천연가스
카타르는 영토는 작지만 확인매장량 기준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이며 2021년 기준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그리고 카타르는 2021년 기준 한국의 액화천연가스 수입의 약 25%인 1,146만 톤을 공급하는 제1의 액화 천연가스 공급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천연가스를 수입하던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 대체재로 카타르산 천연가스가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 사회복지
카타르는 풍부한 지하자원을 통해 쌓은 부가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한 자국민에게 집중된 국가이다. 그 결과 개인소득세 면세, 대학교까지 무상교육 및 무상주택을 제공, 유학 비용 지원 등 풍부한 사회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중동국가 답지 않게 사회적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카타르의 실업문제
2021년 중동 실업률 (단위 %)
- 지부티 28.4%
- 팔레스타인 24.9%
- 리비아 19.6%
- 요르단 19.3%
- 튀니지 16.8%
- 카타르 0.3%
- 평균 실업률 10.5%
중동의 고질적인 실업 문제도 카타르는 예외다. 중동의 평균실업률이 10.5%인 것에 비해 카타르는 역내 최저치인 0.3%에 불과하다. 역내 1인당 GDP는 1위, 실업률은 가장 낮은 국가다 보니 사회에 불만을 가질 이유가 다른 중동국가들에 비해 적다.
2021년 중동 주요 국가 청년실업률(단위 %)
- 요르단 40.5%
- 튀니지 38.3%
- 사우디아라비아 28.8%
- 쿠웨이트 25.5%
- 이집트 21.3%
- 아랍에미리트 10.7%
- 카타르 1.1%
- 평균청년 실업률 27.2%
산유국이니까 돈이 많아서 실업률이 낮은 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중동 국가들도 한국처럼 청년 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 청년 실업 문제는 산유국이든 비산유국이든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2021년 기준 중동의 평균 청년실업률은 무려 27.2%이다. 눈여겨볼 점은 산유국인 사우디와 쿠웨이트의 청년 실업률이 각각 28.8%, 25.5%인 반면 카타르의 청년 실업률이 1.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카타르의 청년 실업률도 역내 최저치에 해당된다.
카타르 국가신용도
사회와 경제가 안정적이다보니 국가신용도도 높은 편이다. 카타르는 걸프만에 위치한 7개국(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바레인, 예멘) 중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국가신용도 종합 2위에 해당하고 있다. 중동 경제와 물류의 중심지로 평가받는 아랍에미리트와 신용도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카타르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 경제 발전을 추구하고 있으며 2018년 경제 자유구역청을 설립하고 100% 외국인 지분 투자 가능한 경제 자유구역을 지정하여 에너지 일변도인 국가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20년간 법인세 면제와 수입관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플렉스를 보여주고 있다.
카타르 정치 체제
카타르는 아미르라 불리는 국왕을 국가원수로 하는 세습 군주제 국가다. 1971년 독립한 이래 현재까지 3명의 국왕이 통치하였으며 현재는 2013년 부왕으로부터 왕위를 승계한 타밈 국왕이 통치하고 있다. 다만 2003년 붕괴된 영구헌법에 따라 삼권 분립의 원칙이 도입되면서 국왕의 절대적 권한이 일부 약화된 상황이다.
카타르 국제 외교
카타르 국제 외교의 특징은 자주적이며 실리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자기 이득에 따라 멋대로 행동한다고 말할 수 있다. 카타르의 국제 외교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카타르가 친미 국가이면서도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이란과 친하고 이란과 가까운 중국과도 우호관계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2013년 이래로 도하에 아프간 정치사무소를 수용해 탈레반의 대외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우디가 테러단체로 여겨 경계 중인 무슬림 형제단과도 유서 깊은 역사가 있다. 카타르가 비록 작은 국가이지만 외교적 영향력을 적극 투사하고 있다. 그 결과 주변국과의 잦은 마찰을 빚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카타르 단교 사태다. 카타르가 이슬람의 종주국을 표방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적대국인 사이파 맹주국 이란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사우디가 경계하고 있는 무슬림 형제단을 카타르가 지속적을 지원하자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4개국은 카타르와 단교를 한다. (2017년)
카타르 단교 극복
하지만 카타르는 단교사태라는 위기를 위협과 기회로 분리하여 단교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한다. 사우디에 크게 의존하던 식량 수입원을 다변화하였으며 미국 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단교 사태를 겪었음에도 GDP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사우디 등 국가들이 요구한 13개 조항을 대부분 이행하지도 않은 채 2021년 알 울라 선언을 통해 국교를 정상화하며 단교 사태는 사실상 카타르의 승리로 끝났다. 단교 사태로 카타르가 가져간 이점으로는 GCC 국가 최초로 2019년 1월 석유수출 구기 구 OPEC에서 탈퇴하며 자국의 화석연료 통제권을 온전히 보유하고 있다. 타국가들은 OPEC의 수장 격인 사우디의 눈치를 보며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지만 카타르는 그냥 자기가 뽑아내고 싶은 만큼 마음껏 생산해 내다 팔고 있다.
카타르 친미 관계
단교이후 친미적 행보를 이어가며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산유국들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석유 증산 요청을 거부한 것과 달리 카타르는 미국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화석연료를 최대로 생산하고 있다. 그 결과 카타르는 나토는 아니지만 주요 비나토 동맹국인 MNNA로 지정되며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도 강화된다. 카타르는 수도 도하 근방에 미국의 중동 최대 공군 기지인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를 제공하며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었는데 2022년 MNNA로 지정되며 나토 회원국처럼 미국 군사기술에 접근 가능해진다.
카타르 친중 관계
카타르는 중국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통한 해외 진출 계획과 성장과 번영의 필요성이라는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상호 간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은 카타르의 2위 수출국이며 2위 수입국에 해당된다. 이렇듯 카타르는 실리주의 외교, 상호 배타적인 국가 그리고 단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동의 제네바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적인 예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전 평화협정이 도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카타르 알자지라
카타르가 이렇듯 외교적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배경으로 알자지라가 지목되곤 한다. 알자지라는 하마드 국왕이 1995년 쿠데타를 통해 재위한 뒤 언론의 검열을 폐지한 후 1996년 개국한 방송국으로 중동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중동판 CNN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1년 테러와의 전쟁으로 그 유명세를 탔으며 2007년 영어 채널인 International 출범 그리고 2009년 중동 최초로 스포츠 채널을 신설하였고 2022년 현재 글로벌 복합 미디어 채널로 부상하였다. 범이슬람적인 방송을 지향하며 사우디 왕가를 비판하는 방송을 하여 일전 카타르 단교 사태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단교를 하며 알자지라 방송국의 폐쇄를 요구하였으나 여전히 알자지라는 카타르를 대변하는 미디어이자 중동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방송국에 해당한다. 알자지라의 존재는 카타르에 상당한 이점을 가져다주고 있는데 알자지라 덕에 걸프 만에 위치한 국가 중 카타르의 언론자유지수는 높은 수준이다. 알자지라가 외교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대외적 이미지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카타르 비전 2030
카타르는 이와같이 형성된 이미지를 이용하여 국가 브랜드 구축을 통해 새로운 경제 발전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석유의 시대가 저물 것에 예상되는 만큼 비전 2030 전략을 통해 화석연료 일변도 국가에서 새로운 국가로 거듭나고자 하고 있다. 그래서 카타르는 교육과 문화 그리고 스포츠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카타르 전통 문화
전통문화와 예술 문화에 대한 후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의 민속촌 격인 카타르 문화마을을 조성하였고 극장과 콘서트홀, 전시회장, 백화점 등 다양한 여가시설을 복합적으로 구성하여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다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타르 스포츠
카타르는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엑슨모빌오픈 테니스 대회, 국제 자동차 경주 대회인 카타르 인터내셔널 랠리와 같은 스포츠 행사를 주최하고 있으며 카타르 상업은행이 후원하는 프로골프 대회인 카타르 마스터스도 수도 도하에서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카타르는 스포츠의 꽃인 세계인의 스포츠 축구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11년 카타르 투자청의 자회사인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프랑스의 명문팀 파리 생제르맹을 인수하였다. 지난 11년간 선수 영입 비용으로만 한화 1조 2천억 원을 투자하며 현재 네이마르, 옴 바페, 메시 등 세계적 선수를 보유한 빅클럽이 되었다. 그리고 자국의 항공사이자 중동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카타르 항공이 파리 생제르맹을 공식 후원하며 자국의 왕이 소유한 클럽을 서포트함과 동시에 항공사 홍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카타르 국제 대회
국제적 스포츠 대회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1988년과 2011년 두 차례 아시안컵을 개최하였으며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을 주최한데 이어 2030년 아시안 게임을 유치하였다. 비록 2032년 올림픽 유치에는 실패하였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Summary
사상 최초로 이슬람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의 역사, 경제, 정치, 외교 등을 알아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좀 더 재미있게 시청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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