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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배우자.

반도체 코리아 패싱 딜레마 - 중국 반도체 한국 반도체를 앞서다.

by 로칸 2022. 9. 20.

아이폰14에 중국 YMTC메모리 탑재

출처 : 토리잘 유튜브

최근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 신규 납품처로 중국의 신생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YMTC를 선정하며 기존 애플에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던 한국 기업들에게 큰 충격이 일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한국 기업의 입지가 높은데 애플이 YMTC를 신규 공급처로 결정함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지난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YMTC의 128단 낸드플래시를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 14 시리즈와 보급형 모델 SE3에 탑재할 것으로 밝혔다고 한다. 그간 애플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일본의 키옥시아에서 낸드를 공급받았지만 YMTC도 새로운 공급 업체에 포함된 것이다. 

중국의 낸드플래시 양산 기업 YMTC

출처 : 토리잘 유튜브

YMTC는 2016년에 설립된 중국 유일의 낸드플래시 양산 기업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기업이다. 칭화유니 지분 51%와 중국 반도체 기금 24%, 후베이성 25%로 사실상 국가 소유 기업이다.

약 6조원의 중국 공산당의 지원금이 투입됐고 관계사로 거느린 중국 반도체 소재ㆍ장비ㆍ패키징 회사들만 해도 수십 곳이다.

애플의 세 번째 낸드플래시 공급업체 선정

출처 : 토리잘 유튜브

애플이 YMTC를 세번째 낸드플래시 공급 업체로 선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YMTC 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물론 애플이 하루아침에 생각 없이 YMTC를 공급업체로 선정한 것은 아니다. 올해 2월 키옥시아의 원재료 오염 사고 발생으로 반도체 공급에 차질을 빚자 새로운 공급업체를 모색하려는 대안이 필요해졌고 삼성전자, 마이크론뿐만 아니라 YMTC도 메모리 반도체 공급 후보로 거론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에 애플의 메모리 네트워크 다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로 세계적 물류난 등 추가 혼란으로 발생할 리스크를 상쇄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애플의 결정은 중국 시장 비중이 큰 한국 반도체 업계로선 또 하나의 악재가 불거진 셈이다.

물론 애플의 YMTC 낸드플래시 탑재가 단순 해프닝에 끝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전기차 등 전자기기에 널리 사용돼 첨단 산업에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YMTC는 낸드플래시 분야 점유율이 3%로 대부분의 기술 선도권은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압박 및 첨단 공정 ASML의 EUV 장비도 금지되고 있는 터라 중국의 기술 약진은 매우 험난한 상황에 놓여 있다. 즉, 금번 애플의 선택은 중국의 기술 수준이 한국을 따라잡은 것이 아닌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단순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 반도체의 고성장

출처 : 토리잘 유튜브

하지만 이와 같은 희망론과 달리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현실은 높은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 목표를 제시한 이후 약 4년 수준이던 반도체 기술 격차를 최근 낸드플래시 기준 6개월까지 끌어올리며 따라잡고 있다.

한국과 중국 반도체 비교

출처 : 토리잘 유튜브

반도체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팹리스 기업 장려로 설계 분야 글로벌 점유율을 9%까지 끌어올렸고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SMIC와 화홍그룹ㆍ넥스칩 등 세 회사의 글로벌 점유율이 10.2%를 기록했다. 후공정 분야 역시 점유율 21%로 대만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무서운 속도로 반도체 기술을 성장시키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8.3%에서 16.3%로 줄었고 팹리스 기업은 120여 개로 점유율 1%, 후공정 시장은 사실상 신생 단계로 성장하는 중국시장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안심하고 잠깐 눈을 돌렸던 사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 공포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중국을 과도하게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국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 지금 어느 단계까지 기술들을 자급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번 싸워도 백 번 다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반도체 기술에 대해 정리해보자.

중국이 따라잡았다고 이야기하는 낸드플래시를 좀 더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

낸드플래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플래시 메모리는 1984년 일본에서 최초로 개발된 저장 스토리지이다. 영상, 사진, 여러 가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이다. 전기가 끊겨도 휘발되지 않고 저장된 것은 10년 동안 쓸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최초 개발 당시 가격이 너무 비싸 10년 이상 사용되지 않다가 90년대 후반 디지털카메라가 유행하게 되며 본격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PC에서 사용하는 SSD 모바일에서 쓰는 EMMC가 낸드플래시의 한 종류이다.

낸드플래시 - 플래너 공정

 

출처 : 토리잘 유튜브

초기 낸드플래시는 집적도를 통해 발전한 D램처럼 미세공정으로 발전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저장 공간을 키우기 위해 미세 구조의 셀을 제작하는 2D scaling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진행되었다. 이를 플래너 공정이라 부르는데 삼성전자가 이를 활용해 15-14 나노로 개발을 진행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의 기능이 고도화되며 미세공정을 통한 개발은 기술 한계에 봉착하기 시작한다. 셀 간격이 좁아지면서 간섭 현상이 심화되었고 작은 소자 내에 전자들을 저장해야 하는 탓에 전자 손실에 따른 설 특성의 민감도가 높아지게 되고 말았다. 

수직구조의 셀 적층 방식의 낸드플래시

출처 : 토리잘 유튜브

결국 낸드플래시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해결책이 바로 오늘날 뉴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32단, 48단, 238단 등의 수직 구조의 셀 적층 방식이다. 

한 동네 인구가 증가하면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에서 집을 적층 하듯 반도체를 아파트 층으로 겹겹이 쌓아 올린 것이다. 그 결과 32단, 48단, 72단부터 최근에는 196단, 238단에 이르기까지 초고층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등장하기 시작하여 낸드플래시는 제2의 기술 고도화 경쟁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바로 낸드플래시 기술 대결이 집적도에서 적층으로 이전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가장 발현되기 좋은 환경으로 조성된 것이다. 낸드플래시의 제조 핵심 기술은 고층으로 층층이 쌓은 셀을 연결하기 위한 미세한 구멍(hole)을 만드는 일명 플러그 공정이다.

싱글 스택과 더블 스택 기술

출처 : 토리잘 유튜브

예를 들어 아파트를 지어 놓았으면 집 안에 사람들이 원활하게 들어갔다 나올 수 있도록 1층부터 128층까지 한 번에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하나 짓느냐 1층부터 29층, 59층부터 128층 두 번 짓는지를 기술로 승부를 한다. 동일한 층을 오고 가는데 엘리베이터를 하나 지으면 원가 감소로 이어지고 공정단계에서도 간편해지니 가격에서 시장 경쟁력을 얻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128단을 한 번에 뚫는 '싱글 스택'이란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 128단  낸드플래시에서는 싱글 스태킹으로 삼성전자는 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비해 15% 정도 더 저렴해 수익을 내고 있다. 

출처 : 토리잘 유튜브

반대로 마이크론의 232단, SK하이닉스의 238단은 모두 1층부터 120여 층, 120여 층 에어 240여층여층까지 두 번 통로를 뚫어 더블 스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즉, 플러그 공정의 기술 확보는 시장 내 경쟁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낸드플래시의 기술적 특징은 현재 고립주의를 실현 중인 중국에게 아주 적합한 분야이다. 중국은 현재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립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중국 정부 지원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반도체

출처 : 토리잘 유튜브

미국과 서방을 중심으로 한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서 버티는 것이 목표이다. 돈이 얼마나 들어가든지 상관없이 기술을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가하고 있는 기술 제재가 금방 풀릴 것 같지 않고 반도체 산업을 포기할 순 없으니 극한까지 가는 것이 현재 돌파구이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지원은 기술 선도를 통한 시장의 경쟁력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가령 삼성이 128단 낸드플래시를 한 번에 뚫는 플러그 기술로 가령 1만 원으로 가격을 제시했다면 YMTC가 기술 부족으로 플러그 공정을 2번 ~ 3번 거치더라도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28단을 9,000원에 납품하면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이 납품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반도체로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술 실현이 더욱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반도체 발목을 잡는 주된 골칫거리는 초미세공정으로 가기 위한 ASML EUV 기계의 수입금지였다.

중국 반도체 굴기 현실화

출처 : 토리잘 유튜브

하지만 현재 SMIC가 EUV 없이 7 나노를 구현을 했고 이미 5 나노까지 개발이 완료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즉, 집적도 경쟁이 끝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네덜란드의 ASML의 기계를 들여와야 된다는 등 물리적 한계가 없이 철저하게 국가적 지원만 가능하다면 낸드플래시 분야는 중국의 기술 굴기 실현이 가능한 영역인 것이다. 즉, 3D 낸드 같은 경우 기술격차가 6개월 이내에 평가되고 있는 만큼 금번 중국 낸드플래시의 애플 탑재를 절대로 그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층수 자체가 모든 기술의 어드밴티지를 나타내는 지표는 아니다. 중국의 목적은 단순히 낸드만을 사로잡는 것이 아닌 2025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는 것이다. 양산부터 시장 확보까지의 실제 기술 격차는 1~2년이 나므로 단기간 내 글로벌 메모리 3강을 쉽게 깨진 못할 것이다. 다만 절대 방심할 수는 없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 뒤쳐진 반도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시장을 빠르게 설렵해 나갈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메모리 반도체의 단순함 때문이었다. 시스템반도체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성장 한계가 명확하다. 마치 스마트폰이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상향평준화가 되어 애플과 삼성 등 기존 선도 스마트폰 기업들이 폴더블, 웨어러블, XR 등 기기의 메인 스트림을 옮겨가는 것처럼 메모리 반도체로 차별화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하다. 

미국이 메모리 시장을 그냥 한국과 일본에 내어준 것도 이 골자와 같다. 생각보다 큰 기술력이 요하지 않고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언젠가 후발주자에게 내어줘야 할 시장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곧 대비해야 한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시작되었고 특히나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서만큼은 더 큰 점유율과 성장성을 갖고 있는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 이제 중국은 한국경제의 생명줄이라 불리는 반도체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한국도 반도체 생태계 구축 및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반도체의 미래

시스템 반도체 엑시노스의 개발, 파운드리의 투자 확대 메모리 반도체의 제2의 도약을 위한 연구개발 등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메모리 분야에서 1등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원래 1등이어서가 아니다. 피와 땀을 받친 연구진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삼성전자가 중국의 굴기로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백년대계 전략을 모색해 글로벌 1위, 파운드리 1위, 시스템 1위 트리플 1위의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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