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론스타 소송 판결
지난 30일 10년이라는 길고 길었던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의 소송 분쟁의 판결이 나왔다. 판결 결과는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약 2800억 원을 배상하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 론스타 사건을 여러 영화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익히 들어왔던 사건이다. 10년간의 대장정이 끝나 이 시점에 론스타 사건에 대해서 정리하고 가보자.
론스타 사건이란?
론스타는 회사를 싸게 산 뒤 비싸게 되팔아 이익을 얻는 기업(=사모펀드)이다.
우리나라와 론스타간의 악연은 2003년 8월부터 시작되었다. 2003년 당시 IMF 외환위기를 겪고 많은 기업들이 부실해진 상황, 특히 외환은행이 큰 위기를 맞이하였다. 이때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헐값에 사들였다. 이때 경제 상황이 나빴던 터라 정부도 이를 허락하였다. 하지만 그 뒤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그것도 이렇게 헐값에 샀어도 되는 거야?"라는 의혹이 생겨 수사가 시작되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몇 년 뒤 비싸게 되팔기 위해 준비를 하였고 2007년 9월에 세계적인 금융기업인 HSBC와 매각협상을 했다가 2008년 9월 계약이 무산이 되었다. 이 거래가 완료되려면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우리 정부는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 의혹을 모두 밝힐 때까지 안돼!"라며 승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결과 HSBC 와의 계약이 깨지게 되었다.
이후 론스타는 2010년 11월에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팔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번에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명목으로 승인을 지연했다. 당시 수사는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외환은행, 외환카드와 관련된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수사 결과는 2011년 11월 론스타는 주가조작이 유죄로 판결되어 주주 자격 상실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결국 론스타는 2년이 더 지난 2012년 1월이 되어서야 원래보다 싼 값으로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팔 수 있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으로 남긴 차익은 약 4조 6000억 원에 달했다.
론스타의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 제기
론스타는 2012년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요청했다. 한국 정부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 손해를 보게 되었기 때문에 손해배상으로 약 6조 1000억 원 받게 해 달라는 소송이었다.
2012~2022년 10년간의 법정 다툼
론스타 vs. 한국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맞섰는지 살펴보자.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래 10조 원 넘게 벌 수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끼어들어 약 4조 원 밖에 못 벌었다. HSBC랑 계약도 못했고, 하나금융이랑 한 계약도 2년 가까이 미뤄지면서 가격 손해를 봤다는 것으로 요약하면 1) HSBC 매각 승인 의도적 지연. 2) 하나금융 매각 승인 지연, 매각가 산정 개입. 3) 론스타 과세 정당 여부 세 가지였다.
한국 정부는 외환은행을 못 팔게 한건 론스타에 대한 재판이 끝나지 않아 승인을 지연했기 때문에 정당했다는 것이고 하나금융과 계약할 때 가격이 떨어진 건 론스타의 주가조작이 밝혀졌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 31일 ICSID는 론스타가 주장하는 세 가지 중에서 두 가지는 청구 기각 결정을 내렸고 2) 하나금융 매각 승인 지연, 매각가 산정 개입 건에 대해서만 한국 정부 책임 일부 인정하여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약 2800억 원을 배상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누가 이긴 거야?
이번 결정에 대해서 상반된 평가가 나오지만 따지자면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과 같다.
배상액인 2800억 원은 론스타가 달라고 한 6조 10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4.6%밖에 되지 않아서, 우리 정부에 아주 적은 책임만 물은 셈이다. ICSID는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계약이 미뤄진 데만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가격이 떨어진 게 론스타 탓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일부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럼 이제 끝난 건가?
한국 정부는 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ICSID에 판정 취소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배상액 0원이 목표다!" 우리 정부의 책임이 아예 없다고 본 소수 의견도 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거는 눈치라고 일단 취소 신청을 하면 1년 넘게 결과를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배상액만 0원 되면 괜찮은 건가?
애초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게 둔 것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론스타가 은행을 사들일 자격이 있는지 지나치게 싼 가격에 산 건 아닌지 등을 정부가 충분히 살펴보지 않았다는 건 아닌지 등을 정부가 충분히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한 수사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상태라 과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도록 허락한 사람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긴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지금까지 10년간을 끌어 온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의 소송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배상액이 2800억 원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지출되어야 하는 만큼 ICSID 판정 취소 신청을 통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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