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과 LG에너지 설루션의 배터리 전쟁
2022년 상반기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량 점유율을 살펴보면 CATL은 2021년 28.6%에서 34.8%로 5.8%가 성장한데 반해 LG에너지 설루션은 23.8%에서 14.4%로 마의 20% 벽이 허물어지며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되려 후발주자였던 BYD와 Panasonic과의 격차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배터리 산업이 태동기를 넘어 주류시장으로 넘어가며 배터리산업 특징인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싸움으로 CATL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 모습을 점차 보이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종합해 본다면 이대로 가다간 정말 LG에너지 설루션은 CATL을 영영 따라잡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고 있다. 그럼 정말 LG에너지 설루션은 CATL에 비해 기술적으로 밀리는 것일까?
CATL과 LG에너지 설루션의 성능 비교
CATL과 LG에너지 설루션의 배터리 성능 차이를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두 기업이 주력으로 하는 배터리 화합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터리 시장은 양극재로 리튬/인산/철을 쓰는 중국과 니켈/코발트/망간의 삼원계를 쓰는 한국이 세계를 양분하고 있다.
리튬인산철, 일명 LFP배터리는 빨리 닳는 단점이 있지만 인산과 철이 저렴해 원가가 싸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서 불이 잘 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주력으로 하는 니켈 코발트 망간 는 코발트 등 비싼 재료가 많이 쓰여 원가가 높고 불이 잘 나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아 배터리의 효율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만약 같은 질량 같은 부피의 CATL의 배터리 셀과 LG에너지 설루션의 배터리 셀을 놓고 비교하면 당연히 LG에너지 설루션의 NCM 배터리가 더욱 높은 성능을 자랑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초적인 원리와 다르게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CATL의 LFP배터리 탑재를 늘리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미국, 캐나다,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의 출고되는 있는 차량의 LFP 탑재 비중이 53%로 절반을 넘어섰고 테슬라에 이어 포드, 신흥 전기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애플과 폭스콘 역시 마찬가지로 각각 LFP 배터리 탑재와 개발 진출을 알리고 있다. 이 외에도 이미 벤츠, 폭스바겐은 NCM배터리의 뛰어난 효율성과 성능에도 각 글로벌 기업들은 NCM 배터리 대신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이유에는 CATL의 비밀인 Cell to pack 기술에 숨겨져 있다.
지금까지 전기차 경쟁은 1회 충천 주행거리 경쟁이었다. 전기차 산업의 태동기엔 충전소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경쟁력의 가장 큰 요소였다. 그래서 긴 주행거리를 가질 수 있는 한국의 NCM배터리가 중국 LFP배터리보다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NCM 배터리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화재 발생에 취약하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NCM 배터리는 셀을 모듈로 감싼 다음 몇 개의 모듈을 모아서 팩을 만드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쉽게 표현하면 포장을 이중으로 해 외부 충격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해 화재 발생의 위험을 현저히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뒤집은 것이 바로 CATL의 Cell to pack 기술이었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 대비 성능이 70% 정도로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CATL 은 LFP 가 안정성이 높고, 불이 잘 안 난다는 아이디어를 이용해 모듈을 건너뛰고 셀을 바로 팩으로 포장해 모듈이 들어가는 공간에 셀을 더 넣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다. 즉, NCM과 LFP의 성능 차이를 극복한 것이 아닌 더 많은 배터리를 넣어서 1회 주행거리를 삼원계 수준으로 맞춰버린 것이다. LFP배터리는 Kwh당 가격이 NCM에 비해 30% 더 저렴한데 Cell to pack 기술로 주행거리가 NCM만큼 나온다면 가격이 더 저렴한 CATL의 LFP 배터리가 시장 내 비교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배터리 소재인 리튬 역시 NCM은 1대 당 60KG 이상의 수산화 리튬을 넣어야 하는 반면 LFP는 수산화리튬 가격의 1/10에 불과한 광산이나 재활용에서 나오는 탄산 리튬을 넣어도 되니 공급력 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된다. 즉, 가격과 공급 모두 LFP가 앞지르게 되고 비교우위의 시장원리에 따라 테슬라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완성차 기업들이 LFP 배터리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자 그렇다면 여기까지만 정리하면 CATL의 LFP 배터리가 확실히 현재 전기차 배터리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LG에너지 설루션이 CATL을 역전할 여지조차 없는 것일까?
CATL과 LG에너지 설루션은 주력으로 하는 배터리 화합물 자체가 다르다. 같은 LFP분야에 속해 있었다면 택도 없는 소리였겠지만 LG에너지 설루션은 그 나름대로 NCM 배터리의 강점을 이용해 시장을 파훼할 비기를 준비하고 있다.
4680 배터리
첫 번째는 4680 배터리이다. 에너지 설루션이 배터리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4680 원통형 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양산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이 되며 CATL 역전 한판승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4680 배터리는 지난 2020년 9월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에서 일론 머스크가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지금 46mm 높이 80mm 크기의 원통형 배터리이다. 현재 널리 쓰이는 지름 21mm 70mm 크기의 원통형 배터리 '2170'에 비해 용량이 다섯 배 이상, 출력은 6배, 주행거리는 16% 이상 가격은 56% 저렴한 배터리이다.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 당시 원가절감 및 배터리 외주 체제를 벗어나 18개월 안에 반값 수준의 전기차를 내어놓겠다고 선언한 후 현재는 실제 개발에 성공해 프리몬트 공장을 시작으로 오스틴 기가팩토리에서 양산을 앞두고 있다. 4680 배터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니다. 바로 CATL의 Cell to pack 기술보다 더한층 진보한 Cell to sash 기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4680은 2170과 달리 퉁퉁한 본체로 일정 하중을 견딜 수 있다. 그래서 격벽과 뚜껑을 걷어내고 배터리 팩 위에 철판 하나만 덧대어도 바로 시트를 얹을 수 있다. 이는 배터리팩에 격벽이나 뚜껑, 완충제 등이 필요 없어 더 많은 배터리를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표현하면 CATL이 Cell to pack 기술로 배터리의 기능 개선 없이 추가 공간을 만들어서 경쟁을 벌였다면 4680 배터리는 배터리 기술 개선과 동시에 추가 공간을 확보해 기존 LFP의 주행거리를 초월한 새로운 배터리계 게임 체인저로 등극하는 것이다. 결국 테슬라의 4680 배터리 양산이 실현되면 LFP 배터리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는 힘든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완성차 기업들이 더 낮은 가격에 월등한 성능의 4680 배터리를 현재 테슬라의 LFP탑재량에서 가장 큰 비중 역시 중국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을 제외한 미국, 유럽 등 서방 지역의 스탠더드 모델에 4680 배터리로 대체되기 시작한다면 4680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 LG에너지 설루션이 수혜를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테슬라는 2023년 연간 100 GWh 2030 sus 3,000 GWh까지 4680 배터리 생산, 설비 확장을 목표하고 있지만 3,000 GWh라는 규모를 테슬라 단독으로 생산하기는 어렵다. 현재 LG에너지 설루션 1년 치 물량의 25배에 달하는 데다가 전체 배터리 기업들이 모두 달라붙어도 버거운 양이다. 결국 대규모 공장 건설을 통해 30% 정도를 테슬라가 자체 생산하고 4680 양산 예정인 LG에너지 설루션, 기술을 이전 해준 파나소닉 추가적으로 삼성 SDI 70% 정도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것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즉, 4680 배터리로 시작되는 배터리 헤게모니 시대에 LG에너지 설루션이 수혜를 오롯이 차지할 것이다.
하이 망간 배터리
두 번째는 하이 망간배터리이다. 한국의 NCM배터리가 중국 LFP배터리에 고전하는 결정적인 원인은 배터리 시대가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톤당 평균 25,000달러 수준이던 코발트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톤당 9만 달러까지 치솟는 말썽꾸러기 자원이 되었다. NCM배터리의 가격경쟁력을 갉아먹는 치명적 약점이 되었다. 코발트의 가격이 불안정한 원인은 코발트의 지정학적 특징 때문이다.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60%는 콩고에 몰려 있다. 문제는 자원 보유 국가인 콩고는 내전 등으로 불안정한 데다가 전체 코발트 생산량의 90%를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일찍이 배터리 시대를 예견해 철도, 도로 등 대부분 인프라 투자로 콩고가 생산하는 코발트의 90%가 중국이 점유하고 있고 현재 배터리 헤게모니를 두고 경쟁 중인 중국이 한국을 괴롭힐 수 있는 칼자루가 될 수 있다. 즉, 현재 NCM 배터리의 가장 큰 개발 방향 중 하나는 코발트를 줄여 가격 경쟁력과 자원안보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지정학적 상황에 등장한 배터리가 바로 하이 망간 배터리이다. 하이 망간 배터리는 양극재에서 니켈, 코발트를 빼고 리튬, 망간 함량을 높인 제품이다. 코발트 대신 망간 비율을 높여 NCM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 경쟁에서도 LFP를 앞설 것으로 전망되어 앞으로 보급형 전기차 모델에는 LFP 대신 하이 망간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하이 망간배터리는 삼성 SDI, LG엔솔, 에코프로 비엠에서 2023~2024년 양산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2020년대 중반쯤에는 NCM배터리가 LFP배터리와 프라이스 패러티에 도달하며 LFP배터리의 시장을 역전해 갈 것이다. 결국 CATL은 현재 전기차 태동기에 Cell to pack으로 기술 개선 대신 설계공학으로 더 많은 배터리를 넣는 것으로 우세를 차지했지만 2025년 이후 배터리 산업이 초기 시장을 넘어 LG에너지 설루션의 4680과 하이 망간 배터리의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하게 되는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다. 물론 CATL이 우수한 회사임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배터리 산업의 점유율 격차만큼이나 생산설비 경쟁 역시 LG를 압도하고 있다. 2021년 LG에너지 설루션과 CATL의 생산능력은 각각 122.5, 141,9 GWh로 대동소이하지만 2025년이면 LG에너지 설루션은 260 GWh CATL은 451.9 GWh로 2배가량 차이가 나게 된다.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발휘되는 배터리 산업에서 이 같은 점은 현재 CATL이 완성차 기업들을 포섭하는데 상당히 매력적이었을 추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2025년 이후 배터리산업은 큰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다. 4680 배터리, 하이 망간 배터리 등 기술력 경쟁이 될 것이다.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역시 2025년 이후 상용화가 예정되어 있다. 국제사회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 CATL보다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시장 확대에 협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한국 LG화학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한미 배터리 동맹 의사를 전하고 갔다. 즉, 아직 배터리 전쟁은 전반전 워밍업에 불과하고 본격 기술력이 중요해지는 2025년 이후 후반전이 결정적일 것이다.
Summary
LFP와 NCM의 프라이스 패러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본격 대결이 시작될 것이며 그 시점에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경영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 K-배터리 LG에너지 설루션, SK이노베이션의 힘이 진정 발휘될 것이라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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