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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배우자.

게임업계 황제주 엔씨소프트 성장공식과 한계

by 로칸 2022. 11. 1.

게임업계 황제주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연매출 2조 3,088억 원, 영업이익 3,752억 원, 당기순이익 3,957억 원 시가총액이 7조 7천억 원 수준의 코스피 랭킹 TOP 50위권의 기업이다. 1997년 3월 1일 설립되어 PC게임 '리니지' '리니지 2'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 모바일 게임 '리니지 M' '리니지 2M' '리니지 W'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소나타보다 비싼 집행검, 건물주만큼 돈 버는 성주, 20년째 리니지만 하는 린저씨 등 사회 전방위적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한 대한민국 대표 게임회사이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우선 최근 실적 한번 살펴보자. 2016년 매출 9,835억 원 영업이익 3,287억 원 수준에서 2017년 리니지 M의 대성공으로 매출 1조 7,587억 원 영업이익은 5,8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78% 성장에 성공한다. 이후 2020년 비대면 시대 게임 활황기에 접어들며 매출은 2조 4,162억 원 영업이익 8,248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게 된다. 그 결과 2015년 155,000원이던 주가는 2021년 2월 26일 장 중 100만 원을 돌파하며 6년 만에 6배가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다. 오직 리니지라는 뚝심 있는 경영으로 밸류에이션 고평가에 성공한다.

한국 게임의 잃어버린 10년

하지만 애석하게도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진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고점을 찍자마자 단 일말의 여지없이 급락세로 전환되며 2022년 10월 고점 대비 -66% 100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하락하는 참사가 일어나게 된다. 물론 엔씨소프트의 주가만 그런 것이 아니다. 넷마블은 2020년 9월 20만 원에서 4만 7천 원 -77% 자체 1/3 액면분할 크래프톤도 58만 원에서 19만 원으로 자체 1/3 액면분할 카카오 게임즈도 12만 원에서 4만 원으로 하락하며 일제히 자체 1/3 액면분할로 주주들이 원치 않던 바겐세일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 게임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실 한국 게임업계의 주가 하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한국 게임 시장의 빠른 고도성장 이면엔 사행성 조장을 위한 게임성 실종과 소극적인 개발 태도가 낳은 무분별한 IP 재활용의 부작용이 있었다. 대체 한국 게임업계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게임산업

게임산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유망산업이다. 산업 전체 단계에서 인간과 소프트웨어를 중심에 두고 빅테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각종 첨단기술이 접목되기 때문이다. ICT 기술의 융복합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과도 궤를 같이하는 주요 산업인 것이다. 든든한 점은 게임산업이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효자라는 점이다. 한국 수출품목에서 콘텐츠는 반도체, 기계, 자동차, 철강, 선박, 컴퓨터 같은 제조업에 이어 바로 다음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4년 52억 달러부터 빠른 성장을 이어가 2021년 기준 135억 달러의 수출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콘텐츠 수출액 중 게임은 약 94억 4천만 달러, 전체 비중의 70%로 음악, 캐릭터, 방송, 지식정보, 출판, 광고,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싹 다 합쳐도 월등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해하기 쉽게 표현드리면 세계를 휩쓴 오징어 게임, BTS도 있지만 막상 돈 벌어오는 창구는 이 리니지 의 '진명황의 집행검' 칼 한 자루이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성장 시기는?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본격 성장한다. 경제학적으로 게임은 경기에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일뿐만 아니라 경기 불황으로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수요가 늘어나는 열등재에 속한다. 월정액 서비스로 시간당 1000~1500원 수준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라는 장점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성장 역사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회사가 엔씨소프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빠르게 늘어 2009년 31%, 2010년 14%, 2011년 18%, 2012년 24%로 4년 연속 고속성장에 성공한다. 경기 불황의 수혜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를 모바일로 확장하며 리니지 M으로 2017년 79% 성장 2020년 비대면 시대 활황으로 42% 증가하며 매출 2조 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엔씨소프트의 주가하락의 원인

최근 엔씨소프트의 거침없는 주가의 하락으로 매출 2조 4천억의 기업가치가 2012년 당시 매출 7천억 원 당시와 비슷하게 평가받게 된다. 엔씨소프트의 주가 하락의 원인은 간단하다. 주가는 기업의 현재가치가 아니라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 주가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매크로적 양적 긴축, 금리인상, 경기불황 때문이 아니라 엔씨소프트가 지난 10년간 모바일, 코로나 수혜를 겪으며 증명해야 했던 리니지 이후 신성장동력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리니지 이후 신성장동력 고갈

2000년 대 초반 한국 게임산업은 리니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같은 참신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게임들이 주도했다. 당시엔 크지 않은 규모에도 1세대 개발자들이 야전침대에서 부족한 잠을 채워가며 치열하게 게임을 개발했고 이 때 탄생한 한국 게임계의 주역들이 넥슨의 고 김정주 회장,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회장이다. 하지만 현재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은 모두 관료화된 대기업의 오너나 최고위직이 되었고 실적과 기업가치에 매몰되며 타성에 젖게 된다. 덩치가 커진 만큼 빠른 아이디어와 실행력의 의사결정 단계가 복잡해졌고 게임의 돈을 잘 벌고 있는지 주주들의 눈치까지 봐야 된다. 과거 같응션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서둘러 아이디어를 채택할지 결정해 빠르게 게임을 내놨을 것을 소극적인 스탠스로 의사 결정이 느려지고 우수한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진다. 그 결과 적은 리스크로 안정된 수익을 얻기 위해 신규 게임 개발 대신 기존 성공 IP들을 차용하며 게임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리니지 후속작 리니지 이터널, 카트라이더의 IP를 차용한 에어라이더 메이플스토리를 이은 메이플스토리2 서든어택의 서든어택 2가 대표적인 예시들이다. 하지만 혁신 없는 IP 돌려막기의 결과는 참혹했다. 원작의 명성과 달리 후속작들은 연달아 실패했고 원작 IP에 의존한 나머지 스토리 및 세계관의 참신성 부재, 사행성 조장에 치중한 나머지 게임성 및 서비스 운영 미숙이 독이 된 것이다. 사실상 신규 IP 개발을 포기한 게임 개발 관행은 기업의 신성장동력 확보의 부재라는 치명적인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물론 게임 기업에게도 억울한 면은 있다. 원래 엔씨소프트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게임을 다양하게 열심히 만들던 회사였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길드워, 토이 스트라이커, 스매시 스타, 포인트 블랭크, 펀치몬스터 등 MMORPG, 슈팅 액션부터 FP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게임을 개발했다. 하지만 게임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게임들이 많다. 이유는 소비자들이 찾지 않아 그대로 사장되었다. 카이스트, 서울대 나온 엘리트들이 아무리 게임을 만들어도 리니지만큼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게임은 없었고 통상 게임 평균 개발 비용이 200~300억 5년 이상 걸리는 대작의 경우는 1,000억 원에 가까운데 회사 입장에서 리스크를 계속 짊어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게임사가 신규 게임만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관점이 아니라 이용자들 역시 취향이나 기호가 바뀌어야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엔씨소프트를 도박회사라고 맨날 비판하지만 결국 우리가 엔씨소프트에서 아무리 많은 게임을 만들어줘도 우리가 하는 건 리니지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진정 엔씨소프트의 주가 하락의 원인은 잃어버린 방향성에 있다.

엔씨소프트의 성공공식과 한계점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를 통해 지금까지 버터온 성공 공식은 PC에서 IP로 플랫폼 확장 과금할수록 이길 수 있는 P2W 서비스이다. 이를 바탕으로 잡은 신성장 동력으로 택진 이형이 콘솔게임 개발을 거듭 언급하며 리니지를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 확장을 통해 거둔 성공 공식을 그대로 노리고 있고 P2W 시스템을 P2E로 반전시키겠다며 NFT 게임까지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2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콘솔게임은 기본적으로 재미와 손맛이 기본이다. 사실 리니지가 재미로 하는 게임이었다기보다는 확률 시스템으로 강력한 희열을 느끼게 만들어 그것을 다시금 느끼고자 하는 과도한 집착을 이용한 게임이다. 중독의 기본 원리를 사용한 것이기에 콘솔에서 엔씨소프트의 전략이 먹힐지 만무하다. 두 번째 NFT 게임의 매크로적 상황이 좋지 않다. 가상자산의 정부 규제가 확대되고 있고 가상자산에 투자 심리 위축된 상황에 NFT 게임이 언제쯤 다시 성공을 할지 기억이 없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첫 NFT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프로젝트 TL의 출시를 연기했다. 즉, 현재 엔씨소프트가 처한 상황은 핸들이 없는 8톤 트럭 마냥 총체적 난국에 닥쳤다. 리니지의 다음은 리니지라고 자신 있게 외쳤던 엔씨소프트이지만 플랫폼 확장, 비대면 시대로 맞이했던 거품은 꺼졌고 진정 게임성으로 승부해야 할 지금 이 시기에 출시할 게임이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P2W 모델은 2020년까지는 유효했다. 코로나19 유행 수혜까지 입은 엔씨소프트는 2020년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고 주가도 연일 치솟았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게임 산업 트렌드는 급격히 바뀌었다. 지나친 과금 유도에 지친 이용자들은 피로도를 느끼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적당한 돈만 내도 더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이전되고 있다. 게다가 게임업계가 플랫폼화 되어가고 있는 것도 엔씨소프트에게 악영향이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젼 블리자드를 인수한 것은 OTT 시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처럼 게임계의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게임도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처럼 사람을 모으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되었으나 엔씨소프트의 운영은 전적으로 소수의 고래 이용자들에게 수익화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전부인 것이다. 중장기적 투자로서 엔씨소프트의 매력이 떨어졌고 투자자는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본인들의 선택에 달렸다. 과금 유도라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진정 게임이라 칭할 수 있는 혁신이 나와야 다시 한번 게임 황제주라는 전성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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